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겨울 ‧ 어느 산장

다락방케이 2019. 1. 9. 16:40


겨울 어느 山莊(산장)


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김만옥 

 

 

광주 근교의 작은 산골에 있는

그 허술한 산장에는 침구가 없다

침구 대신 갈색 낡은 골덴잠바를 입은 사내 하나가

매일 두 마리의 토끼를 눈물로 덮어준다

전정이 잘된 앵도나무 아래서도

그는 한 알의 앵도를 갖지 못한다

 

그는 오직 자물쇠만을 갖는다

꼭 잠긴 로코코풍의 현관 앞,

적설 일 톤이 무거운 전나무의 어깨를

다정하게 바람이 토닥거리고 있다

그에게는 바람만이 위안이다

 

, 바람만이 다감할 뿐,

백설조차 그를 따스하게 덮어주지 못할 때

빈 앵도나무 가지의 적막을 흔들어

그는 앵도 열매만한 한천을 줍고 있다.

 

그 집은 겨울의 가장 깊은 곳에 있다.

 



 


 

 



* 1972년 11월 30일 작. 유고시집에 실린 시는 원고와 상이한 부분이 많다. 위 작품은 시인의 시작노트에서 직접 옮겨 적은 것이다. 편 봄메.


 

시인 김만옥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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